어제는 이것저것 분주한 날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새로운 공주님이 한분 태어나서 아기와 엄마 아빠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다 드리고 집에 오니 부인께서는 교회에서 23일 노숙자 분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데 150인분 불고기를 해야된다고 친한 이웃인 철이형 윤조누나 가정에서 요리를 하러 갔습니다. 남편들은 애기들 보고 부인들은 장보러 갔다가 요리를 했어요. 애기들끼리 잘 놀아서 다행히 남편들은 톱 기어(Top Gear)를 보고 있었어요. 어느덧 거의 다 되었다 싶었는데 저녁 8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사모님께 확인 전화를 했는데 양이 좀 부족해서 고기를 더 사와야 했어요. 그래서 9시에 문닫는 슈퍼에 총알 택시 처럼 날라갔다가 고기를 사들고 오니  9시가 좀 넘었어요. 9시는 원래 저희가 머물고 있는 승환이 형 집에서 런던 남부 기도 모임이 있는 시간이에요. 갔다 오는 길에 속으로 고민을 했어요. 누군가 요리를 해야하긴 하고 그러면 남편들이 애기 봐줘야 하는데 그러면 기도모임은 어쩌나..어차피 오늘 기도모임에 사람들이 안올 것 같긴한데...내가 기도모임 시간 지킨다고 휙 가버리면 눈 앞에서 일할 사람들 놔두고 종교적으로 구는건가? 요리하는데 옆에서 기도모임할까? 하나님은 어디서나 예배를 받으실텐데...같이 요리하기로 하고 나만 쏙 빠지면 안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저랑 하나님 사이에서 생각해보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했어요. 고기 사 오자마자 저는 가야될 것 같아요 하고 부인을 남겨두려고 했지만 철이형 부부가 흔쾌히 같이 가보라고 해주셨어요 어차피 이안이도 재워야한다고...좀 쭈뼛쭈뼛 있었지만 나오자마자 저는 조슈아 미리는 미엘이 데리고 날아오듯이 집(승환이형집 = 런던 남부 기도모임 장소, 승환이 형 가족은 휴가)으로 왔습니다. 9시 35분쯤 되었어요. 오자마자 손씻기고 미리는 애들 재우러 올라가고 저는 랩탑을 켜서 음악을 틀고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기도하기 무섭게 이런 음성을 들려주셨어요.
현준아 내가 기다렸어. 잘 왔어.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기다렸어.
순간, 예전에 미리랑 연애할 때 강남역에서 기다리던 기억이 났습니다. 일산에서 오는 미리가 40분 정도 늦었는데 당시에 제가 군인이어서 핸드폰이 없었어요. 마냥 버스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는데, 오면 무슨얘기할까? 미안해할텐데 장난 조 칠까? 뭐 먹으러 가지? 어디 어디 갈까? 생각만 가득했어요. 미리가 오고 있는 생각에 버스 무슨 자리에 앉아 있을지 상상하면서 머릿속에는 미리 모습만 가득했어요. 그 장면을 보여주시면서 주님이 저를 기다리셨대요.
"너가 철이형네서 예배드렸든, 고기 굽는 것을 남아서 도왔든 너더러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을 거야. 근데 너가 나보러 여기에 와서 좋다. 우리 여기서 만나기로 했잖아. "
랩탑에서는 브라이언 존슨의 "Oh Lord You are Beautiful."이 나옵니다. Oh Lord You are beautiful...Your face is all I seek....
눈물이 나요. 주님 사랑이 온 몸에 눈처럼 내립니다.
Show me Your Face Lord...show me Your Face...
주님 사랑 한 복판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는 사이에 미리가 아이들 재우고 내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 뒤에 와서 살며시 안아줍니다. 조용히 아무 말이 필요없습니다.
주님 나 미리
Love cam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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